광고? 타게팅? Waste of money?

경제학에는 “매몰비용 (Sunk Cost)”라는 개념이 있다. 고가의 영화 티켓을 끊고 들어갔는데, 정작 영화가 너무 재미없다면? 돈이 아까워서 영화관에 죽치고 앉아 있는 것보다, 맘을 비우고 나와서 다른 재밌는 활동을 찾는편이 더 나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본전”생각이 나서 꾹 참고 있는 상황을 설명하는데 가장 적합한 개념이 아닐까 싶다.

광고 비용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대표적인 매몰비용이다. 중간에 중단하고 원금 회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원금을 회수하는 유일한 경우는 상품 홍보가 되어서 상품이 팔릴 때 뿐이다. 그럼 효용은 있나? 사용자에게 상품을 홍보하는데 활용되지만, 그래서 “사고 싶다”는 욕구가 들도록 만들지만, 정작 그 상품의 가치를 제대로 누리는데는 큰 도움이 안 된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투자(?) 비용이 오직 홍보 효과만 있고, 정작 상품이 팔리지 않으면 그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뼛속까지 경제학도인 필자는 마케팅이란 그 홍보 효과를 얻기 위해서 단단한 논리로 모델을 만드는게 아니라, 사람들을 유혹하는 몇 가지 캐치 프레이즈와 화려한 시각디자인이 중심인, 말 그대로 피상적인 인간을 유혹하는 피상적인 비지니스라고 생각했었다. 진중하고 무거운 인간인 척하는 필자에게 어지간한 일회성 광고가 먹힐리 없다. 이런 사고 방식을 갖고 대학 시절부터 마케팅이라는 전공을 폄하, 무시했다. (얼치기 경제학도의 어줍잖은 아집과 편견임을 인정한다 ㅋㅋ)

무시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더 어줍잖은) 근거는 마케팅이라는 대학 전공이 기술적인 말장난에 불과해 보였기 때문이다. 학부 2학년 시절에 딱 한 시간 친구따라 청강하러 갔던 경영학과 마케팅 수업에서 “베블런 효과 (Veblen goods – 과시를 위한 사치재 수요)”를 자기들 마음대로 다른 이름으로 바꿔서 고가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썰”에 “이론”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걸 보고,” 저게 무슨 대학 전공 수업이냐, 교양 강좌지.”라고 생각한 이후로, 십수년동안 마케팅이라는 단어에 대한 매우 심한 편견에 빠져있었다. (경제과 출신이 경영”학(?)”과 “디스”할 때 흔히 쓰는 레퍼토리다 ㅋㅋ)

 

1. 광고의 효과 – “Waste of Money”

박사 학위 중에 연구실 옆자리에 있던 마케팅 전공 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도, “그냥 ‘썰’ 잘 푸는 전공”일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고 “무시”하고 있었다. (대신 수학, 물리학과 출신 앞에서는 “쫀다”) 그러던 어느날, 2개 분포 함수가 서로 correlation이 있는 경우를 도식화하기 위해서 Copula 라는 걸 그리고 있었는데 (필자의 박사 연구 주제는 여러 자산의 가격이 동시에 폭락할 때 시장에 spiral effect를 준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필자가 쓰고 있던 코드보다 더 좋은 코드를 쉐어해주는걸 보고 적잖이 당황했었다. 이 친구는 알리바바의 유저 데이터를 이용해서 이른바 “퀀트 마케팅 (Quant Marketing)”을 하고 있었는데, 필자와 비슷한 수학과 통계학을 단지 “다른 주제”에 적용하고 있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되고 그동안 “무시”했던걸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던 적이 있다.

수학적인 깊이에 대한 “무시”가 없어졌기는 했지만, 여전히 광고의 효과에 대해서는 비관적이었다. 당장 온라인에서 보는 배너 광고에 필자가 클릭한 기억이 없고, 평소에 누군가가 나눠주는 유인물에 관심을 가진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나 생각해보니 역시 긍정적인 답이 안 나온다.  선거철에 집에 유인물이 도착하면, 우편함을 나오자마자 거의 바로 쓰레기 통에 직행한다. (민주 시민의 자질이 부족한 것 같다…) 어린 시절에는 경제 신문을 읽으며 “트렌드”를 따라간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 모든 기사가 “광고”라는 의도를 숨긴채 그럴듯하게 포장된 활자의 전달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읽기가 거북하다. 필자가 좀 더 비딱한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너 말고 다른 분들은 광고에 민감하게 반응할꺼”라고 주장하실 수 있는 분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광고는 “Waste of Money”다. 국내에서 제일 비싼 온라인 광고 지면도 클릭율 (Click Through Rate, CTR)이 0.1% 남짓이고, CTR이 높은 광고들은 인간의 육체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광고들이 대부분이다. 광고는 Right Time, Right Place, Right People 에게 해야한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듣는데,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고속도로 변에 달린 대형 옥외 광고판에 있던 어느 광고는 정말 Right, Right, Right일까? 아니면 Wrong, Wrong, Wrong 일까?

 

 

2. 광고의 효과 – How not to “Waste Money”?

요즘들어 “빅데이터”를 이용해 Right People을 찾아낸다는 광고 매체들이 많이 생겼다. 위는 며칠간 필자가 그런 광고에 돈을 쓰고 난 다음에 Google Analytics로 정리한 유저 스탯이다. 65%에 육박하는 유저들이 단순하게 Google 검색을 해서 필자의 페이지에 들어왔고, 16%의 유저들은 그냥 필자의 웹페이지를 검색창에 쳐서 들어왔다. 국내 포털 1위 업체인 Naver에서 검색으로 유입된 유저의 비율은 4%에 불과하고, 필자의 블로그 글 링크를 공유한 (의도치 않은) 바이럴 마케팅을 제외하면 실제로 Right People을 찾아낸다는 광고 채널들을 통해서 들어온 유저 숫자는 10% 남짓이다.

평소에 광고없이 Organic하게 유저 숫자가 증가하는 비중을 고려해보면, referrer 채널들 (4번 ~ 9번)이 그렇게 효과적으로 보이질 않는다. 10% 의 추가 유저 유입을 위해서 필자가 광고비에 쓴 돈을 생각해보면, 그냥 Google 검색시 상단에 배치되도록 블로그나 열심히 쓰는게 더 낫다는 지극히 평범한 결론에 이른다.

필자의 블로그가 돈벌이용으로 만들어진 페이지가 아니고, 광고에 쓰인 문구나 배너가 전문 디자이너가 만든 화려한 시각디자인이 없었다는 이유로 광고 효과가 떨어진다고 주장한다면 달리 할 말은 없지만, 저 위의 유저 스탯을 보고 난 다음에 광고에 선뜻 돈을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광고주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리타게팅(Re-targeting)이라는 광고 비지니스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있으면서 필자가 본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리타게팅이라는게 유저가 봤던 상품과 유사한 상품 중 유저가 찾아다닐만한 상품을 보여줘서 “검색 비용 (Searching cost)”를 줄여주는 광고 방식인데, 그렇게 정보 제공 효과가 있는 광고에는 반응하지만, 일반적인 광고는 거의 지면의 낭비처럼 반응한다. 국내외 대형 온라인 서비스들에서 제공하는 타게팅 광고가 Right People을 찾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저 위의 도표가 웅변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3. 타게팅

(구매 직전 검색 비중이 높다는 걸 보여주는 시뮬레이션)

유저들 구매 패턴을 보면서 참 신기한 게 하나 있었는데, 구매 직전에 대형 검색 서비스를 거치는 비율이 어마어마하게 높더라. 필자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구매하려다 같은 작업을 해보니 어느 쇼핑몰에서 최저가로 구매할 수 있는지 가르쳐 주던데, 이걸보고나니 그냥 가격 싸게 책정하는게 제일 좋은 마케팅이라는 생각을 또 하게 됐다.

미시경제학에서 말하는 Bertrand Competition (가격 경쟁 모델)을 하고 있는 시장에서는 퀄리티 차이가 크게 없으니 그냥 가격을 최저로 낮추는게 가장 논리적이다. 물론 유저 유입을 위한 기본적인 마케팅은 해야겠지만, 자기가 판매하는 상품이 동질적이라면 Right, Right, Right을 찾기 위해서 광고비용을 쏟을게 아니라, 가격을 더 낮추기 위해서 노력해야한다는 뜻이다.

진짜 광고가 필요한 곳은 품질에 차이가 나고, 그 차이를 구매자가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해줘야하는 산업들이다. 필자가 런던에서 경제학 공부하던 시절 은사인 John Sutton 교수님의 품질 경쟁 (Quality Competition) 모델을 데이터로 검증하는 논문들을 보면, 품질 경쟁을 잡아내는 첫번째 변수가 R&D 비용이고, 두번째 변수가 가격의 다양성 (Heterogeneity), 마지막 변수가 홍보 비용이다. 타사 상품 카피가 일상인 우리나라 실정과 마지막 변수가 얼마나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섹션 2에서 말한대로, 정보 제공 효과가 있는 광고에만 유저들이 반응한다는 걸 알면, 고품질을 제대로 홍보하려는 시도는 자기 상품의 품질이 다른 경쟁자들과 눈에 띄는 차이가 있을때만 지불하게 되지 않을까?

판매하는 상품이 이질적이고, 구매자들도 이질적인 상황에서, 서로가 서로의 검색 비용을 줄여줄 수 있도록 빅데이터를 활용하는게 “타게팅 광고”를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 “How not to waste money”가 아닐까?

 

 

나가며

얼마 전, 모 대기업에 데이터 사이언스 강의를 갔더니 필자더러 “왜 광고시장에 손을 대고 있냐?”고 질문하시더라. 아마 그 분은 개발자니까 공대 관점에서 인공지능 로봇 같은 걸 만드는데 필자의 지식을 활용하는게 더 낫지않냐는 관점으로 그 질문을 하셨을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공학도가 아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단순한 자동화 기기 수준의 인공지능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그런거 만들어놓고 AI라고 타이틀 달아서 파는 상품 광고를 보면 비웃음이 좀 나온다. (죄송…) 좀 지적인 도전이 될만한 주제가 스타크래프트 인공지능 같은 내용일텐데, 모델이 작동하도록 데이터를 재구조화해야하는 부분에서 겪어야하는 도전의 종류가 뭔가 기계적이라는 느낌, 지적이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서 별 흥미가 안 생긴다.

통계학과 실제 데이터를 다루면서 머신러닝을 바라보는 필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널린 데이터에서 남들이 못하고 있는 걸 만들어 내는데에 더 큰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지금 AI라고 불리는 영역에서 다루는 데이터(ex. 음성 데이터, 센서 인식 데이터, 단순 시뮬레이션 데이터 등등)는 Noise가 거의 없는 꽤나 정제된 데이터고 (Low Noise), 이걸 어떻게 구조화시키느냐가 인공지능 서비스의 질을 좌우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반면 온라인 유저 데이터같은 인간의 행동을 다루는 데이터에는 온갖 잡다한 Noise가 숨어있다 (High Noise). 이 영역에는 필자가 데이터를 재구조화할 때도 기계적인 도전이 아니라 지적인 도전이 자리잡고 있고, 당연히 모델을 만들 때도 경제학과 수리통계학적인 지식이 곳곳에서 활용된다. (딱 “내 스타일”이다 ㅋㅋ)

그 대기업 강의에서 던진 Shapley Value 라는 개념과 활용 방식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던 개발자 그룹은 아마도 “기계적”인 알고리즘이 밥벌이라서 그런 스토리에 열광하는 스타일이신 것 같은데, 그러다보니 “왜 광고에 손을 대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이해는 된다. 필자가 이 온라인 광고 비지니스에 관심을 가지는 (아마도 거의 유일한) 이유는 “진짜 빅데이터”가 있는 몇 안 되는 시장이기 때문이라는 걸, 그래서 필자가 알고 있는 지식들을 “써먹을 수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그 개발자 분들이나 필자가 무슨 산업에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관점에서 머신러닝과 빅데이터를 바라보느냐가 다르기 때문이라면 논리적인 설명이 될려나?

(써놓고보니 “공부하는데 들어간 시간이 아까워서…”라는, Sunk Cost 외면하는 “변명”인 것 같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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