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커뮤니티의 도전

학부시절, 아니 박사까지 공부하면서 가장 좋아했고, 필자의 일상을 큰 틀에서 지배하는 수업을 딱 하나만 골라야한다면 게임이론을 고르고 싶다. 남들은 경제학 전공하면 돈 놀이하는 공부를 한다거나, 수요-공급 곡선 그려놓고 정신승리한다고 착각하시는데, 게임이론을 공부하고 그 툴을 이용해서 논문을 쓰다보면,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인센티브를 어떻게 구성한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 더 나아가서는 시스템을 어떻게 구성해야 그 시스템이 간섭없이 유지되고 성장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게 된다. 그 시스템을 악용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숨어있으면 결국에는 시스템 자체가 건강성을 잃게 된다는 걸 수업내내 반복적으로 학습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친구 하나와 데이팅 앱의 문제점과 해결책에 대해서 맥주 한 잔을 놓고 길게 토론한 적이 있다. 데이팅 앱들이 가지는 문제점은:

  1. 얼굴 평가로 즉석에서 호/불호가 갈린다 – 외모지상주의
  2. 그 앱을 쓰고 있다보면 내가 너무 비참해진다 -_-;;;;
  3. 진지한 관계를 원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떠날 수 밖에 없을만큼 “썩은 사과”가 너무 많다

아마 지하철이나 버스같은 공공장소에서 남들이 보는데도 불구하고 데이팅 앱을 쓰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자기가 이성을 찾기 위해 “심지어” 모바일 서비스에 의존해야할만큼 “다급한” 사람이라는 신호 효과가 겁이나고, 메세지를 보내는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남자다)이 정말로 “멀쩡한” 사람인지도 의심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또, 많은 여자분들이 성적인 관계로 고속 진행되는걸 피하고 싶은데도 불구하고 남자들이 데이팅 앱을 쓰는 의도의 최소 90%는 그런 목적을 (은연중에라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기도 하다. 그렇게 사진 몇 장만 믿고 “현피뜨러” 나가는 경우도 드물겠지만, 또 나가보면 “포(토)샵된 사진”에 대한 씁쓸함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더라. (한번도 안 써봐서 모른다ㅎㅎ)

(Source: PandasSecurity.com)

게임이론 이야기하다가 왜 갑자기 데이팅 앱이냐고? 데이팅 앱의 구조가 피상적인 만남을 이끌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썩은 사과”가 많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필자의 짧은 인생 경험을 미뤄볼 때, 남/여 가릴 것 없이 첫인상은 외모에서 결정될지 몰라도, 대화를 나누고 인간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외모 뒤에 감춰져있는 상대방의 백그라운드를 알아야한다. 백그라운드를 안다고 해도, (거의 대부분의) 여자분들은 선뜻 “선톡”을 하려하지 않는다. 남자들이라고 다를까? 학부시절 도서관에서 큰 맘먹고 여자분께 쪽지를 보냈던 경험이 문득 떠오르는데, 용기 내기도 참 힘들었고, 그 사건을 친구들한테 공유하면 “그 다음은? 그래서?” 같은 흥미 가득한 반응이 나오는게, 아무래도 드문 일이어서 일 것이다.

데이팅 앱들 대다수가 “과금”을 하는 포인트를 (피상적인) “매칭”에 두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매칭을 이끌어내서 돈을 벌려고 하다보니 평소에는 원기옥 급의 큰 마음을 먹어야하는 일을 저렇게 가볍게 진행하도록 만들어놓았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가벼운 만남을 주선하는 형태로 흘러가고, 이것저것 조건 다 따져서 매칭해주는 결혼정보회사들을 대체하기 어렵다.

필자가 데이팅 앱을 만들면 과금을 “매칭”에 두지 않을 것이다. “남 -> 여” or “여 -> 남” 어느 쪽이건 단발성 미팅이 아니라면 내가 관심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뒷조사(?)를 해보는 작업을 거치고, 그 사람에게 여러번 노출되면서 상대방의 반응을 “떠 보는” 과정을 밟으면서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나가게 된다. Facebook이나 Instagram 같은 서비스를 기준으로하면, 그 사람의 “공개되지 않은” 프로필을 확인하는데 과금, 그 사람의 친구들 프로필을 확인하는데 과금을 하고, 내가 올린 글, 사진을 “관심남”, “관심녀”에게 꾸준히 노출시켜주는 서비스에 과금을 하면 어떨까? 내가 저 남자를 찍었다는 사실을 절대로 알리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를 계속 생각하게 만들어서 마침내는 나한테 연락이 오도록 만들고 싶은 내숭쩌는 여자분들께 수요가 좀 있을 것 같은데? ㅋㅋㅋ (이 아이디어 카피해가셔도 좋다. 근데 차단 기능도 좀 필요할듯ㅋ)

피상적인 “성욕”에만 집착한 과금 구조와 서비스 구성에서 탈피해야 “썩은 사과”를 도려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 던진 아이디어였다. 물론 같은 서비스를 구성하려면 필자가 아예 SNS 서비스를 하나 만들어야하고, 또 자기 프로필이 노출되고 관심없는 상대방의 피드가 노출되는 걸 본 사람한테 보상이 돌아가도록 만들려면….으로 생각이 이어지다가, 이런거 누군가하고 있을텐데 싶어서 검색해 봤더니?

(Source: Socialnomics)

 

블록체인 기반 SNS 서비스들

필자가 지금 도전하고 있는 사업 아이디어는 기업들이 내가 온라인에서 했던 작업들을 데이터로 만들어서 팔고, 그 데이터를 이용해서 나한테 광고 노출하고 돈 받고, 그 광고를 보고 돈을 쓰도록 만들어 놓고 자기네들 주머니를 채우는 구조, 말을 바꾸면 정작 데이터는 내가 생산했는데 나는 하나도 돈을 못 받는 구조를 벗어나보자는 거다. 그래서 데이터 생산자인 유저들에게 직접 보상을 돌려주자는 아이디어를 타게팅 광고에 쓰던 여러가지 통계학/머신러닝과 결합한 사업이라고 보면 된다. (사업 모델을 훔치고 싶다고? ㅋㅋㅋ) 필자의 말을 몇 마디 줏어듣고 유저들의 데이터를 팔아서 돈을 벌겠다고 그걸로 ICO를 한다던 스타트업도 봤고, “돈을 돌려준다”는 동일 맥락으로 SNS에서 컨텐츠를 생산한 사람, Like나 Share를 누른 사람 모두에게 보상을 해주겠다고 ICO를 하는 스타트업도 봤다. (데이팅 앱은 아니네)

좀 망발을 하나 늘어 놓으면, 필자가 최근까지 들은 내용만 놓고보면 그 사업 모델들은 모조리 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센가?)

유저 데이터를 팔아서 돈 벌겠다는 회사는 원래 App Tracker를 만들면서 유저 1명이 여러 개의 앱에서 활동했던 기록을 모아놨는데, 앱들의 특성을 봤을 때 다 합해봐야 유저들 하루 평균 10분도 안 쓴 데이터더라. 그걸로 유저 데이터를 구매해서 뭔가 새로운 Insight를 얻어낼 수 있는 Data Scientist가 얼마나 될까? 가공 처리하는데 들어갈 “노가다”는 둘째 문제고, (이걸 제대로 못하니 그 데이터를 이용한 다른 사업을 포기했을 수도 있다) 유저당 하루 평균 10분도 안 되는 데이터를 사서 뭘 할 수 있을까? 설령 판매처가 생긴다고 해도, 불특정 다수가 구매해서 생기는 개인정보보호법 침해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고? 자기 데이터에 대한 합당한 가치를 받으려면 유저와 데이터를 매칭해야하는데, 이거 불법아닌가? (사업 모델 훔치기 어렵네? ㅋㅋ)

(Source: Soicos.com)

SNS에서 컨텐츠 생산과 노출 확대에 보상을 해 준다는 서비스를 보자. (블록체인 동네 용어로 Content Economy라고 부른다.) 누가 돈을 내야 그 돈의 일부를 떼서 보상을 해 줄 것이 아닌가? 광고주들이 돈을 낸다고? 당장 왜 사람들이 Facebook이나 Instagram 같은 SNS 서비스에서 탈출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돈을 안 줘서? 시간 낭비여서? 글쎄다, 필자는 광고가 너무 많아서 “짜증나서”로 알고 있다. (국내 대형 커뮤니티들이 바이럴 마케팅 글을 차단하는 이유도 그걸 방치하면 유저들이 떠나가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더 큰 문제는 얼마만큼의 비중으로 이윤을 생산자와 유포자에게 배분해줄 것인가일텐데, 비슷한 맥락으로 Multi-Touch Attribution 모델에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저런 사업들은 “아이디어”만 화려한 사업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 Like 눌러서 더 많이 유포해줬으니 돈 받는다면 Like가 아니라 Hate 여도 돈 받을려고 Like 누르겠지. Like가 가지는 자정작용을 없애는 SNS에서 볼 수 있는 컨텐츠는 어떻게 될까? 수익 배분 비율에서 생산자쪽 비중이 높다면, 남의 글을 훔쳐서 자기가 쓴 것처럼 하는 팔로워 백만명인 유저들이 당연히 생기지 않을까? 여기엔 수익 배분에 더해서 보안 문제까지 겹쳐있다. 이런 유저들을 그대로 두면 남이 만든 컨텐츠 “(몰래) ‘퍼가요~’ 충”들이 가득해지고, 처벌하겠다면 어마무시한 관리비용이 들 것이다.

단순히 A를 주면 B를 받는 형태의 사업 모델들 말고, 전체 시스템을 구성해야하는 사업 아이디어들을 보면 시스템이 자체 생존, 발전할 수 있도록 구성하기가 참 어렵다. (게임이론 전공한 경제학 박사들 열심히 찾던 어느 스타트업 대표 생각난다)

블록체인 기반 사업 모델들을 보면 대부분이 같은 문제를 갖고 있다. 코인을 이용해서 “보상”을 해주겠다는데, 정작 그 구조가 허술하기 짝이 없다. 기존 서비스들과는 다른 특징을 서비스에 추가해야 사람들이 “전환”을 시도한다는 압박을 받는건 이해되지만, 정작 새롭게 추가하겠다는 서비스 특징들을 보면 인간의 인센티브 구조를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혹은 시스템이 자체 붕괴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Source: Foresting – 일부 수정)

 

블록체인 Next phase

지난주에 사무실 바로 앞 호텔에서 블록체인 모임이 있길래 점심 식사 시간에 슬쩍 엿들어 봤는데, 모임 참석자의 대다수는 블록체인이 뭔지도 제대로 모르고, 그냥 “코인” 만드는 기술로만 알고 있더라. 토렌트 스타일로 구성된 블록 네트워크의 블록 하나를 더 생성하고 결합하는데 쓰는 보안 도구인 코인을 놓고 마치 블록체인 전체라고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다. (뭐, 딥러닝은 인공지능이고, 통계학은 아무런 관계없는 주제라고 주장하던 사람들도 널려있는 판국이니….)

블록체인이 실제로 많이 쓰일 것인가, 우리가 알고 있는 산업 기반을 획기적으로 전환시킬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의 출발점은 저 위의 도표인 것 같다.

좀 더 질문을 정확하게 던지면, Web 기반의 사업 모델들이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App 기반으로 넘어가면서 기존의 많은 서비스들이 축소/퇴출되었는데, 비슷한 식의 전환이 중앙집권적인 네트워크에서 탈중앙화된 네트워크로 대체되면서 나타날 것이냐는 질문으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먼저 눈에 띄는 특징을 꼽으면, Web에서 App으로 옮겨오면서 사업의 플랫폼은 바뀌었지만, 정작 사업 내용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이다. 필자의 학부 시절 쓰던 싸이월드, MSN이 (늙었다ㅠㅠ) 스마트폰 기반의 서비스로 바뀐 것 말고 달리 바뀐 내용이 있나? 불법 복제물의 온상이었던 소리바다 대신 토렌트가 일반에 쓰이고 있고, 검색을 네이버, 다음 등의 국내 포털 서비스에서 하다가 언젠가부터 구글이라는 해외 검색 서비스에서 하기 시작한 것, 스마트폰용 운영체제가 윈도우가 아닐 뿐 작업 내용은 비슷비슷하다.

기존에는 없었지만 스마트폰 시대가 오면서 새롭게 추가된 사업들을 보면, Web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스마트폰 덕분에 접근성이 향상되어서 유저들을 좀 더 쉽게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을 잘 활용했다. 당장 Youtube, 아프리카TV, 팟캐스트를 위시한 1인 매체들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시청자 입장에서는 집에서 “본방사수”를 해야하는 구조에서 탈피했고, 컨텐츠 생산자도 폰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건 방송을 송출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Source: Sensortower.com – SNS 앱 다운 수를 보니 블록체인-SNS 시도하는게 이해는 되네)

그럼 블록체인은, 탈 중앙화된 네트워크는 어떤 식으로 활용될 수 있을까? 기존의 서비스를 대체하는데 Web -> App 같은 플랫폼 전환에 편승할 수 있을까? 플랫폼이 전환되나? 기존에는 한계가 있던 사업들에 네트워크 형태가 바뀌면 도움이 되는 비지니스는 뭐가 있을까?

서버 형태를 바꿔서 비용을 절감해줄 수는 있을지 몰라도, 플랫폼 전환은 없다. 최소한 블록체인이 스마트폰 이외의 다른 통신 기기를 상징하는 건 아니다. 만약 블록체인이 시장 구성 방식을 바꾸게 된다면 블록체인의 고유한 특성을 활용하는 서비스가 등장해야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블록체인을 이용해 기존 SNS 를 대체하겠다는 시도는 환영한다. 블록체인의 큰 특징 중 하나인 “코인”을 이용하겠다는 아이디어도 환영한다. 다만 유저가 App을 바꾸게 된다면 그건 기존 미디어에 대한 싫증과 불만 때문이지 반대급부로 받을 “코인” 때문일 확률은 대단히 낮을 것이다. 그 코인만 모아서 한달에 몇 백만원이 된다면 또 모르겠지만, 기존 App을 새롭게 바꾸는 Switching cost는 생각보다 크다.

말을 바꾸면, 블록체인 사업 모델의 생존 여부는 블록체인이 갖고 있는 기술적 한계 (ex. Transaction 처리 속도, Multiple node 오염에 따른 보안 이슈 등)와 코인으로 구성될 Ecosystem에도 달려있겠지만, 가장 큰 도전은 기존의 중앙집권적인 네트워크 기반 서비스들이 가진 시스템적인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면서 사업 모델화할 것이냐 일 것이다.

 

나가며

(Source: Facebook)

표현 수위가 좀 센데, 저런식의 세일즈 직업들이 돈을 버는 구조를 보면 왜들 저렇게 욕을 할 수 밖에 없는가를 잘 알 수 있다. 분명히 양심적으로 세일즈를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비양심적으로 장사를 해야 돈을 크게 벌고, 그 돈으로 더 많은 사람을 뽑고, 사무실을 추가로 내면서 사업을 확장시킬 수 있다. 양심적인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많은 경우에 못 이기고 퇴출당할 것이다. 주식 종목 추천해서 돈 벌 수 있다며 홍보하는 사람들, 몇 주 머신러닝 배우면 커리어 전환할 수 있다며 광고하는 사람들 모두 다 비슷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요컨대, 사업 구조를 짜놓은 방식을 수정하지 않으면 인간의 이기심은 주어진 시스템을 최대한 본인에게 유리하게 “착취”할 수 밖에 없다. 양심적으로 진행하면 “배고픔을 견뎌야” 하니까. 그리고 그런 “착취” 자극형 구조는 필연적으로 배고픈 양심을 떠나게 하고, 착취 가득한 난장판을 만들어서 시스템을 망하게 한다.

필자는 블록체인 사업 모델들의 성공을 기원하지만, 코인의 성공을 기원하는데는 망설임이 있다. 코인 덕분에 블록체인에 큰 관심을 유도할 수는 있었지만, 정작 코인은 투기 심리를 자극하는 ICO에 쓰일 뿐, 정작 블록체인 사업 모델들이 기존 서비스를 대체하고 새로운 서비스로 정착되는데 핵심적인 공헌을 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투자 문제와 회사 발전 방향으로 이런저런 대화를 자주 나누는 VC분이 코인을 얹어서 ICO를 다음 타겟으로 삼으면서 사업을 진행하자고 하시던데, 코인 이야기를 잘못해서 “거지같은 파리 새X덜” 같은 욕을 먹지 않도록 한 발 물러서고 싶다고 답을 드렸다. 오늘 글 쓰면서 생각해보니 이렇게 어줍잖은 양심 지키려고 하다가 어느 시점엔가 못 이기고 퇴출당하는건 아닌가 싶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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