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쌓기 in Data Science

국내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성장하고 싶으면 어떤 커리어를 밟아야할까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개발자들이 Data Engineer쪽 커리어를 밟거나, BI들이 Data Analyst쪽 커리어로 나가는 건 이미 여러번 이야기를 했는데, 정작 Data Scientist로 성장하기 위해 한국에서 어떤 커리어를 밟아야할까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해 본적은 없었던 것 같다. Engineer나 Analyst는 학부 출신들이 전공만 맞다면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좀 더 쉽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Scientist쪽은 이름에서 보여주고 필요한 스킬셋에서 나타나듯 학부 전공만으로는 좀 부족하지 않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인 것 같다.

덕분인지 모르지만, 한국 시장에 제대로 Data Science를 하는 직장을 만나본 적이 별로 없었다. 인공지능 랩이라고 이름 달아놓고는 정작 TensorFlow 어떻게 쓰는지 코드만 열심히 복붙하고 있는 곳도 봤고, 주먹구구식으로 구색만 맞춰놓고는 머신러닝 도입했다고 우기는 곳도 있었고, 스타트업 레벨로 내려오면 개발자들만 앉혀놓고 R&D 팀이라고 이름을 달더라. 그 중 어느 온라인 광고 회사는 광고 성과 분석을 위한 “인공지능 팀”의 서비스를 내세우는데 모델링에 대한 아이디어는 전혀없는 Last Click Attribution을 쓰고 있는 것도 봤다.

쉽게 말해서, 대기업을 가면 된다, 판교에 있는 대형 IT회사들에 가면 된다, 대형 스타트업을 가면 된다, 외국계 회사를 가면 된다는 식의 일반론이 먹힐만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실리콘 밸리라고해서 딱히 상황이 다르지는 않다. 일전에 필자의 경험을 소개한대로 Correlation 구하는 공식도 모르는 사람들이 데이터 팀장을 하고 있는 경우도 많고, 요즘은 좀 상황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짬밥이 높은 데이터 엔지니어에게 데이터 사이언스 팀장을 시켜서 팀내 커뮤니케이션이 힘든 경우도 많다.

(Source: 매일경제신문)

시장이 좀 더 성숙해서 데이터 사이언스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팀장 이상 레벨로 자리잡기까지 국내외의 많은 회사들이 데이터 엔지니어 – 데이터 애널리스트 –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를 뭉뚱그려놓고 불안한 동거를 시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너도나도 DB를 만들고 제대로 사업을 해보겠다고 나서는 마당이니 언젠가는 팀이 분리되면서 문제점이 해결되겠지만, 그 전에 구직자 입장에서 “괜찮은 자리”를 찾아가기란 참 쉽지 않다.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커리어를 어떻게 쌓아야하는지, 어떤 직장을 찾아가야하는지에 대한 글을 본 적이 있는데,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에게도 비슷한 맥락이 많아 보여서 몇 가지 포인트를 소개한다.

 

20대 CTO가 있으면 가지마라

정확하게는 20대가 포인트가 아니라, 실력과 경험없는 보스 밑에 들어가지 마라는 말일 것이다. 20대 중후반의 개발자들이 만든 스타트업을 본 적이 있었는데, 뭔가 대학 동아리 같은 느낌을 받았었다.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기술의 난이도는 굉장히 낮고, 어디서 오픈 소스 코드 긁어와놓고는 그걸 기술이라고 포장하는데, 새로 사람 뽑으려니 눈치 빠른 개발자들이 금방금방 도망가더라. 당연하겠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실력있는 Chief Data Scientist 를 찾아가는게 제일 중요하다. 어떤 비지니스에 뭘 적용했다, 무슨 모델을 만들었다는 말들은 그 사업을 깊게 알지 못하면 잘 따라갈 수가 없으니까, 구직자라면 그냥 기본적인 걸 보는게 맞지 않을까 싶다. 필자가 Correlation 공식도 모르는 보스에게 학을 떼고 도망나갔던 것처럼, 보스가 될 사람이 얼마나 수학, 통계학, 머신러닝 같은 기본 지식을 잘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모아라. 면접 때 지원자와 10분만 대화해봐도 그 사람의 깊이를 알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본인이 어느정도 실력을 갖추고 나면 면접관이 어느 정도의 사람인지도 쉽게 알아낼 수가 있다.

물론 큰 회사, 명성이 있는 회사를 가면 20대 중후반이 Chief 타이틀을 달고 있는 경우가 없겠지만, 큰 조직은 많은 경우에 학벌과 경력만 화려하지 정작 실력은 없는 사람이 앉은 경우가 많다. 대기업가면 부장님 김장 도와주고, 등산 같이 가줘야 한다고 농담하던데, 그런 보스를 피하는 건 운일까, 실력일까? 용기있게 실력있는 보스가 있는 작은 회사 (or 심지어 스타트업)에 가는 경우도 종종 보는데, 그런 위험부담까지 해야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CEO가 비지니스 도메인 전문가인가를 봐라

대기업의 기획이나 스타트업의 비지니스 모델을 보면 그 회사의 깊이(?)라는게 보인다. 좀 미안한 말이지만, 대부분은 굉장히 피상적이다. 그나마 남들이 해본적이 없는 내용이면 다행이고, 아마도 남들에게 쉽게 카피당할 수 밖에 없는 가벼운 사업 모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VC들이 스타트업 CEO의 학벌과 업력을 그렇게 민감하게 보는 것도, 단순히 아이디어만 갖고 사업하는게 아니라, 예상가능한 문제들을 얼마나 꼼꼼하게 고민해봤는지, 현재 비지니스를 어떻게 바꿀려는 철학이 담겨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묻어나오는 사업 모델에 투자를 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개발자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나 자신이 갖고 있는 핵심 스킬을 각각의 비지니스에 맞게 적용하는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다. 단순한 사업 모델에 그런 스킬을 적용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인생의 긴 커리어를 쌓는다고 했을 때, 그런 가벼운 프로젝트들은 인생에 큰 도움이 안 된다. 업력이 깊은 사람들이 신사업 모델을 적용하기 위해서 했던 여러가지 고민들을 뒤따라가며 내 핵심 스킬을 적용하는 경험을 해봐야 내가 배웠던 내용, 익혔던 내용이 이런 방식으로 사업에 활용되는구나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다. 본인의 실력도 덩달아서 늘겠지.

예전에 모 대기업 사내 벤쳐 팀원 4명이 일본에가서 2년 동안 사업을 시도하다가 결국 “말아먹었다”는 술자리 푸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4명은 자기들이 들어가는 사업 분야에 대해서 2년 고생을 해 놓고도 알고 있는게 거의 없더라. 망할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했었다. 한국에서 온라인 광고업으로 성장한 스타트업 Tech팀장들이 비지니스를 어떻게 확장할지에 대한 PT를 하는 걸 보고, 전 직장의 세일즈 팀장이 “저게 무슨 타게팅 광고냐? 10년전에 하던 연령, 성별 맞춰서 광고하던거 이름만 바꾼거 아냐?”라고 조소하는 걸 들었던 기억이 난다. 세일즈에게 무시당하는 “기술”을 가진 Tech팀장/Data Science 팀장이 되고 싶으신가?

 

대기업, 특히 SI업에 있지 마라 + 돈만 보고 움직이지 마라

필자의 눈에 개발자들에게 SI업 직장 경력은 무덤같은거다. 데이터 사이언스 영역에서 가장 비슷한 비지니스가 “데이터 컨설팅”일텐데, 시장이 어떻게 데이터를 쓰고 있다는 감을 잡는데는 좋을지 몰라도, 결국 고만고만한 테크닉들만 여러번 쓰다가 갈려나갈 것이다. (가까운 VC께서 “갈아만든 배”가 된다고 하시더라 ㅎㅎ)

필자도 사업 초기에 돈 좀 만져보겠다고 여러 회사에 “데이터 컨설팅” 이야기를 했었는데, SI성 사업으로 단순하게 접근하고, DB도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3달 안에 추천 알고리즘 적용까지 마무리를 해달라는 요구를 하는 경우를 여러번 봤다. 당신들에게 컨설팅 업무를 맡기는 대기업 담당자들은 당신의 지식을 이용하려고 할 뿐이지, 정작 당신이 한 단계 더 성장하도록 도와주지 않는다. 정말 하고 싶으시면 경력 좀 쌓고 나이먹은 다음에 솔루션 시장에 진입하시는 걸 강추한다. 멍청한 사람들은 당신의 기술이 얼마나 고급 기술인지 이해를 못하기 때문에 절대로 큰 돈을 쓰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업력과 내공을 쌓기 전엔 당신을 “싸게 베껴먹을”려고 하는 갑질 대마왕(but no knowledge)들에게서 스트레스만 받고, 시간만 버리고, 실력은 정체될 듯.

10년 전, 학부 졸업하던 시절에 글로벌 전략 컨설팅 회사 바람에 휩쓸려 갔던 학부 친구들이 이제와서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는, 컨설팅만 했지 정작 사업 운영을 안 해봐서 그 사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게 거의 없다는 거다. SI성 개발, SI성 데이터 컨설팅도 결국에는 같은 문제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글로벌 전략 컨설팅 회사 경력에 미국 탑 MBA를 졸업한 친구 하나가 스타트업을 세우고 “말아먹는”걸 옆에서 조용히 지켜봤던 다른 친구가 이렇게 혹평하더라. “컨설팅, MBA 같은 곳은 인재를 외화내빈으로 만드는 것 같다.”

 

유행하는 기술을 따라가지 마라 + 핵심에 더 집중해라

개발자들에게 블록체인 같은거, 머신러닝 같은거에 현혹되어서 따라가지 마라고 하시더라. 솔직히 좀 심하게 공감했었다. 개발자들이 수학, 통계학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코드만 복붙해서 이런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꾸준히 비판(?)를 해왔는데, 어차피 기술은 도태되고 도메인은 급변한다면서 지금 배운 TensorFlow 코딩 방법을 3년 후에도 계속 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안 하는게 좋다고 정리를 하시던데 속이 시원했다 ㅋㅋ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에게도 똑같은 말을 전해주고 싶다. “Hadoop을 쓰면 빨리 처리가 된다”, “Spark를 쓰면 R과 연동하기 좋다” 같은 표현들, 신기술이라는 것들만 열심히 받아적기 바쁜 사람이 되지말고, 그런 보스가 있는 회사는 빨리 떠나라고. 본인이 수학과 통계학으로 단단한 내공을 갖추고 있으면 굳이 그런 트렌드에만 현혹되어 있을 필요가 없다. 새로운 기술이라는 건,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수학과 통계학을 적절하게 결합해서 만든 제품이다. 원리를 이해하고, 내 비지니스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해서 취사선택을 할 줄 아는 보스를 만나야한다. 당연히 본인도 그런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그런 보스같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

(Source: okky.kr)

위는 미적분 공부를 해야하나는 어느 초짜 개발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피상적인 기술만 따라가다보면 “대충 보면 해먹을 수 있는 분야”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새로운게 계속 나올텐데, 기초가 튼튼하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 결국 시장에서 조기퇴출될 것이다.

굳이 뭔가를 배워야할 것 같다, 이렇게 있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남이 안 하는걸 해라고 권유하시던데, 필자도 생각이 똑같다. 연구실에서 아무도 안 하던 시뮬레이션, 패널 데이터, 네트워크 이론 덕택에 머신러닝, 딥러닝, 블록체인을 대충 보고 바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이 틀린 부분도 지적할 수 있는 수업을 하게된 것도 같은 이유다.) 같이 연구실에서 Stochastic calculus로 머리를 쥐어짜던 친구들이 이제와서 필자가 했던 수학을 할 생각을 하면 얼마나 까마득할까?

 

나가며 – 보스들에게

쓰다보니 개발자나 데이터 사이언스 커뮤니티가 비슷한 구석이 참 많은 것 같다. 그 중에서 가장 크게 비슷한 부분은 노동 시장내 수요 – 공급 구조가 아닐까 싶다. 자리는 엄청나게 많은데, 대부분은 SI성 일회용 자리거나, 더 환경이 안 좋은 곳들이 수두룩하다. 그리고 실력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덕분에 이직도 (상대적으로) 쉽다. 또 그 직군 사람들끼리 상당히 좁은 커뮤니티가 구성되어 있고, 항상 여러가지 정보를 주고 받게 된다. 실력이 없으면 소문이 빠르게 날 수 밖에 없다.

어떻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직장을 찾아야하는지에 대한 글을 마무리 하기 전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들어오고 싶도록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사용자나 팀장 이상의 고위직들에게 짧은 고언을 해보고 싶다. 데이터로 뭔가를 찾아내는 작업은 요술봉도 아니고, 데이터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데이터 엔지니어들 팀을 제대로 만들고, DB라도 제대로 구성한 다음에 통계학 내공이 쌓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찾으셔야 한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DB 만드는 것부터 통계학 모델링까지 모든 업무를 다 하는 Full Stack 개발자가 아니다. 필자도 DB만들어봤지만, 이건 전문가가 따로 있는 분야더라. 모델링이 따로 전문가가 있는 것처럼.

그리고, 현재 시장 상황상 열에 아홉은 당신들보다 더 똑똑한 사람이 부하직원으로 들어가게 될텐데 제대로 대접해주셔야 한다. 학부 4학년 때, 어느 글로벌 전략 컨설팅 회사 인턴으로 있던 시절, 이사님이 그러시더라. 똑똑한 애들을 밑에 두고 쓰려면 본인이 아주 똑똑해서 “나를 따르라~”고 할 수 있거나, 사회적 자본이 많아서 많은 기회를 줄 수 있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금전적인 보상이라도 후하게 해 줘야한다고. 필자는 그 다음날 그 인턴쉽을 그만뒀었다.

X